원래 이날은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태백산 등산은 그다음 날에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날씨가 괜찮고 오후 늦게부터 흐려진다고 해서 등산을 미리 하기로 했다.
태백산은 크게 2개의 등산코스로 나뉜다. 당골광장코스와 유일사코스이다. 당골로 올라가서 유일사로 내려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택시를 타고 차를 가지러 가는 게 귀찮아서 그냥 한쪽코스를 왕복하기로 했다.
유일사코스가 당골광장보다 편도로 500m 정도가 더 짧아서 유일사를 골랐다. 출발하자마자 등산은 거리보다 등판각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일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갔다. 평일이라 차가 거의 없다. 등산객도 거의 없다는 말이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는 제설이 다 되어 있지만 등산로는 입구부터 아이젠 없이 걸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바로 아이젠을 장착하고 올라갔다. 이때가 11시 55분이었다.
네이버 지도
유일사매표소
map.naver.com
과거에는 유료입장이었나 보다.
시작부터 경사가 상당히 심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바로 출발을 한 데다 생각 없이 페이스를 평지 속도처럼 올려버려서 5분 만에 멈춰서 쉬고 스틱을 꺼냈다. 오랜만의 등산이기도 한데 몸 상태가 여러모로 썩 좋지 않아서 초반에 등산을 포기할까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 그래도 참고 조금씩 올라가면서 자주 짧게 쉬는 방식으로 등산로 공략을 시작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절 같은 게 나오고 바로 뒤에 차단기가 있다. 자동차용 차단기이니 등산객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헐떡대면서 계속 올라갔다. 주차장에서 천제단까지가 표지판 기준 4km였는데 600m 정도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왔다. 저기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지도상에서 갈림길에 해당하는 위치였고 어느 쪽으로 가도 유일사에 갈 수는 있는 듯했다. 근데 사길령 쪽 코스는 눈이 많이 쌓인 상태였고 왼쪽 노란 화살표 쪽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의 상태여서 거리는 많이 돌아가더라도 큰길을 선택해서 올라갔다.
어느 순간부터 눈만 쌓여있는 길이었고 중간중간마다 저렇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도 볼 수 있었다.
전체의 1/4, 1km 지점까지 올라왔다. 40분이 걸렸다. 1km에 40분이면 4km면 160분이니까 내가 계획한 페이스가 맞긴 했다. 남들은 왕복 4시간 정도라고 하는데 95kg 몸무게로는 절대 불가능했고 올라가는데 3시간, 내려오는데 2시간 정도를 계획했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1.3km 지점. 표지판이 생각보다 자주 있어서 조금만 더 가보자는 마인드로 올라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출발한 지 1시간째 되는 시점이었다. 올라온 만큼의 2배를 더 올라가야 한다. 딱 3시간 페이스다.
유일사 입구에 도착했다. 들를까 고민을 했지만 시간도 없고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고 싶지는 않아서 잠깐 쉬고는 바로 출발했다. 유일사입구까지가 1시간 20분 걸렸다. 2.3km 왔고 절반을 넘겼다!
유일사까지는 임도구간이고 유일사부터는 본격적인 등산구간이 시작된다. 힘들긴 해도 뒤돌아보면 경치는 엄청 좋다. 2.6km 지점까지 1시간 30분 소요. 유일사 직전에 잠깐 쉬운 구간이 있어서 속도를 조금 높일 수 있어서 시간이 좀 단축되었다.
2.6km 지점에서 15분 정도 더 걷다 보니 주목군락지가 나왔다. 주목이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긴 하지만 대충 보면 평소에 못 보던 나무들이 잔뜩 있어서 군락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일사에서 주목군락지까지가 길이 좀 험하다. 눈이 쌓여있지 않았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눈까지 많이 쌓여서 미끄럽기도 하고 길도 잘 안 보이고 체력까지 떨어지면서 힘들기보다 어렵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3.3km 지점까지 두 시간 걸렸다. 700m 정도나 남았지만 그건 천제단 얘기고 장군봉은 훨씬 더 가깝다. 전망대도 있고 올라갈 산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힘을 내서 올라갈 수 있었다.
이 나무가 보이면 정말 거의 도착한 것이다. 함백산과 매봉산 등을 볼 수 있다.
4분 정도 올라가면 장군봉 정상에 도착이다. 2시간 30분이 약간 안 걸렸다. 깜빡하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장군봉에서 저렇게 천제단처럼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제단이 있다. 블랙야크 gps인증과 사진을 찍고 천제단으로 이동한다.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 훨씬 큰 제단이 있고 cctv에서 볼 수 있는 그 정상석이 있다. 제단 앞쪽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제대로 서있기가 어려웠다. 삼각대로 사진 찍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제단 위에 올라가 봤자 뭐가 있겠나 싶어서 올라가지는 않았다. 어디에 공군 사격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비행금지구역임) 아마 서쪽 어딘가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수봉이 있는 동남쪽 사진을 깜빡해서 좀 아쉽다. 정상에서 30분 정도 놀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2시 10분쯤 출발했던 것 같다. 내려가는 건 빠를 줄 알았는데 눈이 미끄러워서 생각보다는 힘들었다.
유일사까지 50분 정도가 걸렸고 저기서 잠깐 쉬고 다시 출발했다. 내려가는 건 안 쉬어도 될 줄 알았는데 은근히 체력소모가 심했다. 내려가기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이어서인지 내려가는 게 더 지루했다. 힘들다는 느낌이 사라져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했을 때가 4시 40분쯤이었다. 내려와서는 왜 사진이 한 장도 없는지 모르겠다.
8.6km 정도를 걸었다. 태백산 홈페이지에 유일사코스는 3.5km라는데 실제로는 4km가 넘었다. 4시간 5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정상에서 30분 정도 놀았던 것 같으니 실제 걷는 시간은 4시간 15분 정도였다. 올라가는데 2시간 30분 정도, 내려오는데 1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초반에 엄청 힘들어서 포기할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든 올라간 덕분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100대 산 인증이나 트랭글 어플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든 목표를 정해놓은 덕분에 완주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체력도 모자라고 눈도 많이 쌓여서 인기코스가 아니면 걷기가 힘든 수준이어서 문수봉 등 다른 곳까지 방문하기는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다지 아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여행을 얼마나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 등산이 미래에 있을 등산에 좋은 경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산을 하고 바로 매봉산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국내여행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3.13 태백 몽토랑산양목장&몽토랑제빵소 후기 (0) | 2025.03.24 |
---|---|
25.3.12 매봉산 바람의언덕 입구컷과 귀네미마을 드론 촬영 후기 (0) | 2025.03.23 |
25.3.11 태백 황지연못 구경 (0) | 2025.03.22 |
25.3.11 태백 매봉산 바람의언덕 구경 (0) | 2025.03.21 |
25.3.11 태백 귀네미마을 풍력발전단지 구경 (0) | 2025.03.20 |